재직 중인 회사에는 매년 12월 마지막 날, 송년회와 시무식을 한자리에서 하는 행사가 있어요.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해를 함께 여는 자리예요.
그 안에 ‘땡큐 어워즈’라는 작은 시상식이 끼어 있어요. 한 해 동안 같이 일한 동료들 중 고마웠던 분을 서로 추천해서 상을 주는, 사내 시상식이에요.

“Thank you 2025, Hello 2026”. 그해 송년회·시무식 자리에 걸린 포스터.
부문 이름들이 좀 귀여워요.
프로도전러, 열정 만수르, 투명도 99%의 소통왕, 협업천재, 그리고 조언.bot.
한 해 동안 동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 다섯 가지 가치를 그대로 부문 이름으로 만든 것 같아요.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사내 안내로 처음 봤는데, “재밌는 문화네” 정도로 가볍게 보고 지나갔어요.
그러다 12월 셋째 주, HR팀에서 시상식 참석 여부를 묻는 메일이 한 통 왔어요. 첫 줄에서 수상 축하 인사가 먼저 나와서 한 번 다시 봤어요.
제 이름이 맞나 싶었거든요.

메일 미리보기에 떠 있던 ‘조언.bot 부문 수상’ 한 줄.
‘조언.bot’이라는 부문
다섯 부문 중 제가 받은 건 ‘조언.bot’ 부문이었어요.
이름이 좀 웃긴데요, 한 해 동안 동료에게 정확한 조언과 따뜻한 피드백으로 도움을 준 사람을 추천해서 주는 상이래요. 봇처럼 곁에서 짧게짧게 도와주는 사람을 떠올리며 만든 이름인가 싶어요.
추천 사유는 생각보다 자세했어요. 코드리뷰, 기술 아티클 공유, 동료가 막혔을 때 함께 고민해준 점 같은 의견들이 줄줄이 이어졌어요.
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의식하고 한 일들이 아니었어서, 한참을 멍하니 봤어요.
평소에 한 가지 꾸준히 신경 쓰던 건 있었던 거 같아요.
PR 리뷰를 달 때 “이렇게 고치세요” 한 줄로 끝내지 않으려고 했어요. 비슷한 코드를 본 적이 있으면 그 예시를 같이 적고, 예전에 같은 구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났었는지, 이 코드가 그대로 갔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까지 같이 풀어서 적는 편이었거든요. 동료가 막혀서 물어볼 때도 비슷한 식으로 답했고요.
저도 누군가한테 답을 받을 때, 그렇게 풀어서 알려주면 머리에 더 잘 남았거든요. 거창한 원칙이라기보단, 제가 받았던 답들이 좋아서 그냥 따라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.
단상에 올라가던 순간
시상식 당일, 1층 홀에는 150명쯤 되는 분들이 모여 있었어요.
부문 호명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쪽으로 걸어 나가는 그 짧은 거리가, 생각보다 길었어요. 사회자 멘트가 들리긴 했는데 뭐라고 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떨렸어요.
수상 소감도 한마디 해야 했는데, 막상 마이크 앞에 서면 까먹을 게 뻔해서 미리 머릿속으로 몇 줄 정리해 두고 올라갔어요.
그것마저도 떨려서 매끄럽게는 안 나오더라고요.

‘조언.bot’ 부문 수상자 발표 슬라이드와, 단상 위에 일렬로 선 다섯 부문 수상자들.
한참 일한 분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게 멋쩍어서, 그날 사진 속 표정이 좀 어색해요.
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자리에 이름이 올라간 게 아직도 좀 어색해요.
근데 한 가지는 좀 분명해진 거 같아요. 이 상은 제가 잘해서라기보단, 동료들이 평소에 잘 봐줬다는 거에 가까운 거 같기도 해요.
받고 나서는, 코드리뷰 남길 때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. 다음에 누가 막혔을 때 같이 들여다보는 사람이고 싶다, 그 정도면 충분한 거 같아요.